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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30605-230611

칠구심장 2023. 6. 11. 10:04

230605

오랜만에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울어서 쪽팔렸다.

그 사람들 다시 볼 일 없게 도망치고 싶었다.

며칠 전부터 이어져 온 우울, 몇 년 만에 마주한 그 늪의 감각이 지속되었고 하루종일 만화를 보았다.

 

230606

우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내가 어째서 우울한지에 관해 글을 쭉 적었지만 약간 속이 시원해지는 것 말고는 효과가 없었다.

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비교적 수동적으로 임해도 괜찮은 공부를 했다.

저녁에는 다른 일을 하러 갔는데,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니 우울이 사라져 있어서 놀랐다.

 

230607

거의 일 주일 만에 우울이 가신 틈을 타 열심히 일했고, 비로소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.

혼자 있으면 내 상태가 분명히 나빠진다는 것을 배웠다.

저녁에는 J와 회의를 했는데 말미에 수다를 많이 떨었고, 우리의 직업과 방향에 관하여 고민을 나누었고, 역시 답은 없는 거지만, 아무튼 나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고 싶은 게 확실한 것 같다고 느꼈다.

 

230608

일을 하다 보면 "나머지는 내일 해야겠다"는 느낌이 올 때도 있고 "무리해서라도 지금 끝내야겠다"는 느낌이 올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후자였다.

새벽 두 시쯤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일을 마무리하니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지고, 행복해졌다.

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때까지 뒤척이다가 새벽 4시쯤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.

 

230609

낮잠으로 밀린 잠을 보충하고 K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, 공연장 근처 무척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다.

K의 공연은 출연진이 많아서 K를 찾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팀에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.

공연을 보고 나서는 줌 회의를 했는데, 오랜 시간 헛발질한 끝에 드디어 방향을 잡은 것 같아 뿌듯했다.

 

230610

암묵적으로 주말 아침은 가족이 모여 식사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 같다.

보내야 하는 파일이 있었는데, normalize라는 기능에 깜깜하여 파일 정리하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고, 다시는 깜빡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.

마감을 넘기면 곧바로 다음 마감이 오는데, 늘 몰아세워져 있는 기분이다.

 

230611

결국 마감 하나는 펑크 확정이다.

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.

다 때려치고 영화 보러 가고 싶다.